‘딸은 아빠 닮는다’는 말을 뒷받침하는 유전학적 근거는 없어요. 아들이든 딸이든 유전자는 엄마와 아빠에게서 절반씩 받고, 얼굴 생김새는 수많은 유전자가 함께 만드는 특징이라 성별 하나로 누구를 닮을지 정해지지 않아요. 아기가 아빠를 더 닮는다는 연구가 한때 화제가 됐지만, 이후 같은 결과를 다시 얻은 연구는 나오지 않았어요.
유전자는 엄마 아빠에게서 절반씩 와요
아기는 엄마에게서 염색체 23개, 아빠에게서 23개를 받아 모두 23쌍을 갖게 돼요. 딸이든 아들이든 이 비율은 똑같아요.
성별에 따라 다른 건 성염색체 한 쌍뿐이에요.
| 구분 | 성염색체 | 엄마에게서 | 아빠에게서 |
|---|---|---|---|
| 딸 | XX | X 하나 | X 하나 |
| 아들 | XY | X 하나 | Y 하나 |
그래서 아들의 X염색체는 언제나 엄마에게서 와요. 미국 국립보건원 MedlinePlus는 X염색체 유전을 설명하면서 아빠는 X염색체에 실린 특징을 아들에게 물려줄 수 없다고 적고 있어요. 같은 자료에 따르면 미토콘드리아는 난자를 통해서만 전해지기 때문에 미토콘드리아 DNA는 엄마에게서만 와요.
여기까지만 보면 ‘아들은 엄마를 닮는다’는 말에 힘이 실리는 것 같지만, 실제 얼굴은 그렇게 단순하게 정해지지 않아요. MedlinePlus는 눈동자 색처럼 흔한 특징도 여러 유전자가 함께 관여한다고 설명하고, 머리카락 색은 많은 유전자가 정하지만 대부분은 아직 잘 모른다고 해요. 코 높이, 턱선, 눈매처럼 ‘닮았다’고 느끼는 부분은 이런 특징이 겹겹이 모인 결과라서, 염색체 하나로 설명하기 어려워요.
연구로 본 ‘아빠 닮은 아기’
아기가 아빠를 더 닮는다는 연구는 있었지만, 이후 연구들은 대체로 엄마 아빠를 비슷하게 닮는다는 쪽이었어요.
- 1995년, 아빠를 더 닮는다는 연구. 크리스텐펠드와 힐은 네이처에 실린 짧은 논문에서, 사람들이 한 살 아기 사진을 보고 엄마보다 아빠를 더 잘 맞혔다고 보고했어요.
- 1999년, 재현 실패. 브레다르와 프렌치는 1살, 3살, 5살 아이로 같은 방식의 실험을 했지만, 아이들이 아빠를 더 닮는다는 결과는 나오지 않았어요.
- 2000년, 말과 실제의 차이. 맥레인 연구팀은 신생아 사진과 부모 사진을 낯선 사람들에게 짝지어 보게 했어요. 그 결과 오히려 엄마가 더 잘 맞혀졌는데, 정작 엄마들은 ‘아빠를 닮았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어요(맥레인 외, 2000).
- 2007년, 나이와 성별에 따라 달라짐. 알베르뉴 연구팀은 0~6세 아이들이 엄마 아빠 모두를 우연보다 더 닮았고, 어느 쪽을 더 닮는지는 아이의 나이와 성별에 따라 달랐다고 보고했어요.
정리하면 ‘딸이라서 아빠를 닮는다’는 공식은 연구에서 확인되지 않았어요. 어느 쪽을 더 닮아 보이는지는 아이마다, 그리고 시기마다 달라요.
그런데 왜 ‘아빠 붕어빵’이라는 말을 많이 들을까
이유는 연구로 확정된 건 아니지만, 몇 가지로 짐작해 볼 수 있어요.
- 주변 사람들의 말버릇. 맥레인 연구처럼 엄마 쪽에서 ‘아빠를 닮았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면, 그 말을 듣는 횟수도 자연스럽게 늘어요.
- 기억에 남는 사례만 남아요. 아빠를 쏙 빼닮은 딸은 이야깃거리가 되지만, 엄마를 닮은 딸은 그냥 지나가기 쉬워요.
- 두 가지 중 하나는 맞아요. ‘엄마 닮았다’와 ‘아빠 닮았다’ 중 하나만 고르면 되니, 어느 말이든 맞는 집이 꽤 많을 수밖에 없어요.
이런 말은 가족끼리 나누는 즐거운 대화로 들으면 충분해요.
닮은 얼굴은 자라면서 바뀌어요
신생아 때 누구를 닮았는지는 몇 달, 몇 년 사이에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어요. 갓 태어난 아기의 얼굴과 머리는 아직 빠르게 변하는 중이기 때문이에요.
- 미국소아과학회 자료에 따르면 진통 중 받은 압력 때문에 생긴 얼굴 붓기는 보통 며칠 안에 빠져요. 태어날 때 연해 보이던 피부색도 자라면서 조금씩 짙어져요.
- 0~4세 두개골 CT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생후 첫 1년의 형태 변화가 12~48개월보다 컸어요.
- 밝은 머리카락은 자라면서 짙어질 수 있어요(MedlinePlus).
그래서 ‘태어났을 땐 아빠, 돌 지나니 엄마’ 같은 이야기가 흔해요. 시기별로 무엇이 바뀌는지는 아기 얼굴 변화 글에서 자세히 정리했어요. 쌍꺼풀처럼 한국 부모들이 특히 궁금해하는 특징은 쌍꺼풀 유전 글을 참고하세요.
두 사람 사진으로 우리 아기 얼굴 상상해 보기
누구를 닮을지 미리 알 방법은 없지만, 두 사람의 얼굴을 섞어 상상해 보는 건 재미있는 놀이가 될 수 있어요. SeeMyBaby의 부모 사진으로 만드는 아기 얼굴은 엄마 아빠 사진을 한 장씩 올리면 두 사람을 섞은 신생아 얼굴을 AI가 상상해 그려 줘요.
결과는 예측이 아니라 상상한 초상화예요. 위에서 본 것처럼 진짜 아기의 얼굴은 유전자 조합과 성장 과정에 따라 달라지니까, ‘이렇게 생길 수도 있겠다’ 하고 웃으며 보는 정도가 딱 좋아요. 정면을 보고, 자연광에서, 필터 없이 찍은 사진을 쓰면 두 사람의 특징이 더 잘 드러나요. 사진 고르는 요령은 미래 아기 얼굴 만들기에 따로 정리했어요.
초음파, 아기 얼굴, 젠더리빌에 관한 다른 글은 블로그 전체 글에서 볼 수 있어요.
참고 자료
- MedlinePlus Genetics: What are the different ways a genetic condition can be inherited?, Eye color, Hair color
- Christenfeld N, Hill E. Whose baby are you? Nature, 1995. doi:10.1038/378669a0
- Brédart S, French RM. Do babies resemble their fathers more than their mothers? Evolution and Human Behavior, 1999. doi:10.1016/S1090-5138(98)00047-6
- McLain DK 외. Ascription of resemblance of newborns by parents and nonrelatives. Evolution and Human Behavior, 2000. doi:10.1016/S1090-5138(99)00029-X
- Alvergne A, Faurie C, Raymond M. Differential facial resemblance of young children to their parents. Evolution and Human Behavior, 2007. doi:10.1016/j.evolhumbehav.2006.08.008
- Liang C 외. Normal human craniofacial growth and development from 0 to 4 years. Scientific Reports, 2023. PMC10267183
- HealthyChildren.org(미국소아과학회): How Your Newborn Looks
엄마 아빠가 자주 묻는 질문
첫째 딸은 아빠 닮는다는 말, 맞나요?
유전학적으로 근거가 확인된 말은 아니에요. 첫째든 둘째든, 딸이든 아들이든 유전자는 엄마 아빠에게서 절반씩 받아요.
아들은 엄마를 닮나요?
아들의 X염색체는 엄마에게서 오지만, 얼굴은 수많은 유전자가 함께 정하기 때문에 ‘아들은 엄마 얼굴’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어요.
신생아 때 닮은 사람이 커서도 그대로인가요?
꼭 그렇지는 않아요. 붓기가 빠지고 얼굴과 머리 형태가 첫 1년 동안 크게 바뀌면서, 닮아 보이는 쪽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아요.
아기가 누구 닮았는지 미리 알 수 있나요?
미리 알 수 있는 검사나 방법은 없어요. 두 사람 사진으로 AI가 상상한 얼굴을 보는 건 재미로 즐기는 방법일 뿐, 실제 얼굴을 알려 주지는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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